"와, 올해의 만화다!" 근하 작가의 『사랑하는 이모들』을 읽으며 에디터 융은 직감했어요. 중학생 효신과 이모, 그리고 이모의 연인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아, 이런 가족 만화를 기다렸었지." 싶더라고요. 근하 작가는 꾸준히 '퀴어, 지역성, 청년'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그려왔어요. 그의 만화를 읽다 보면, 정상성의 협소한 테두리가 담아내지 못한 친밀함이 마음 깊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가장 따뜻한 푸른빛이 가득한 근하 작가의 세계로 함께 가볼까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만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편안한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근하 작가의 창작물에는 늘 이런 고민이 깔려 있어요. 대상화되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 담긴 『원통 안의 소녀』 삽화.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사랑하는 이모들』, 비수도권 도시를 조명한 『달구벌 방랑』. 작가님은 늘 "내가 모르는 부분을 가진 인물에 대해 함부로 묘사하는 것을 경계하고 존중한다"고 말해요. 그래서인지 근하 작가의 만화를 펼치면 굳은 마음이 펴지는 느낌이 들어요.
지역의 사생활, 얼마나 알고 있나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근하 작가는 지역의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이 늘 아쉬웠대요. 창작물에서 서울의 홍대, 명동 등은 설명하지 않아도 뚜렷한 이미지를 갖지만, 지방 도시의 구체적인 공간은 다뤄지지 않죠. 그래서 근하 작가의 만화에서 대구 수성못의 밤공기, 동성로의 활기찬 느낌을 발견했을 때 큰 감동을 느꼈어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가 뚜렷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었거든요. 근하 작가는 <영남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며 지역의 여성 창작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도 해요.
만화를 통해 나와 세상을 연결해요
근하 작가에게 만화는 "세상과 내가 연결되는 일"입니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 소감에서 "좋은 창작자는 공부하는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죠. 실제로 그는 황정은, 박상영, 시그리드 누네즈 등 다양한 작품을 읽고 영향을 받았어요. 지역 여성 창작자 커뮤니티와 연대하며 활동을 알리고 있기도 하고요. 꾸준히 세상에 대한 관심사를 확장해나가는 작가님의 행보에 주목해 주세요. (채널예스 인터뷰)
'서로' 사랑하는 이모들과 효신의 이야기
근하 작가의 창작물을 읽으면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상상하게 돼요. 『사랑하는 이모들』에서 중학생 효신은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고, 이모와 이모의 동성 연인과 함께 살게 됩니다. 효신이 맞닥뜨리는 사회에는 여전히 '정상가족' 중심의 차별과 배제가 있어요. 하지만 효신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다가오는 이모들과 함께 계절을 보내며 성장해갑니다. 근하 작가는 "여성 혐오적이지 않은, 퀴어 배제적이지 않은 만화를 그리려고 한다"고 말해요. 그런 섬세함이 있었기에 새로운 가족 서사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먼저 이 시리즈에 대한 에디터 융의 무한한 애정을 전하고 싶어요. '지역의 사생활99'는 전북 군산 기반인 독립만화 출판사 삐약삐약북스가 비수도권 도시의 이야기를 만화로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근하 작가는 '대구'를 맡아, 연인 제이와 이현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사회 초년생인 두 사람이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여 겪는 마음의 파동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그는 이 만화를 20대 초중반을 지나는 독자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방랑하는 친구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요.
"<베터 콜 사울>을 처음 접했을 때 마약과 불법이 판치는 흔한 범죄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연달아 보며, 저는 참을 수 없이 비겁하고 물욕적인 자기 자신을 참아내는 인물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과 사건들이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재밌기도 합니다."
"사진 속 아이패드를 5년째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기기로 모든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조금 부끄럽게 여기며 작가라면 응당 최신식 기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부끄럽게 느껴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오래오래 잘 사용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