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아울러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많은 동료 시민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작가의 방에 초대합니다
5년간 1,000여 명의 학우와 함께해 온 글쓰기 안내자. 바로 고수리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KBS <인간극장> 방송 작가이자 제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고수리 작가. 자신의 글을 쓰는 한편, 글쓰기 수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묻어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가르쳐왔어요. 타인을 돌보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러면서 자신의 글쓰기를 절실하게 계속하는 사람. 고수리 작가의 방으로 초대할게요.
발견하고 이끌고 이어주는 안내자
'마음 쓰는 밤'은 고수리 작가의 첫 글쓰기 수업 이름이었어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수리 작가는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묻고, 기억들을 끄집어내주고, 다 함께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만들어요. 그 안에는 닫힌 감정과 마음을 열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고수리 작가는 그 울음 속에 담긴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끌고 이어주는 훌륭한 안내자예요.
살림, 돌봄, 육아하는 여성 작가의 리추얼
"조금씩이라도 매일 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채널예스 인터뷰)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나서 책을 읽고 '문장일기'를 쓰는 것이 고수리 작가의 리추얼이에요. 그는 두 명의 아이를 돌보며 살림하는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도 자주 밝히는데요. 아이를 등원시킨 후 30분마다 매일 썼다고 해요. 흐릿해지기 쉬운 존재들이 글쓰기를 통해 선명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고유한 나'로 살기 위해 간절하고 성실하게 쓴 글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 쓰겠다는 다짐
고수리 작가는 "글보다 삶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삶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건진 이야기들을 천천히, 오래 쓰겠다는 다짐이기도 해요. 또한 그는 "뾰족한 한 개의 점이 아니라 삶의 테두리를 잇는 여러 개의 점을 찍고자" 하는 작가예요. 삶 전체에 걸쳐 긴 호흡으로 계속 써낼 고수리 작가의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어요.
고수리 작가가 건네는 다정한 온기와 위로
에세이스트 고수리 작가의 시작이 되었던 첫 책이에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외롭고 불안한 날들 속에서 건진 소소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고수리 작가의 모든 글이 그렇지만, 차갑고 어두운 가슴에 더운 온기와 희미한 빛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날도 추워지고 슬프고 쓸쓸한 기분이 드는 요즘 같은 때에 읽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발행되어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고요.
고수리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라고 불러도 좋은 책이에요. 가족들을 돌보고 학우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계속 쓰는 자신의 일상을 밝히고, 결국에는 타인을 안아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신념을 곧게 드러내고 있어요. 때로는 "나는 왜 깊이가 없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육아와 살림의 틈바구니에서 시간과 여유가 부족함을 아쉬워하기도 하고요. 군데군데 인용된 쓰기에 관한 말들 역시 인상적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 오늘 밤 단 한 줄의 일기라도 쓰고 싶어질 거예요.
"보고 또 봤어요. 예술과 대화와 인생과 사람들이 담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90세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5세 거리 예술가 JR이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 얼굴과 터전을 찍어요. "얼굴마다 사연이 있다"는 바르다의 말처럼 사람의 고유한 얼굴에 담긴 인생의 지도를 따라가면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다다를까요. 나다운 인생의 얼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요."
"로이텀(Leuchtturm) 5년 일기장. 『마음 쓰는 밤』 일기 얘기에 나오는 일기장입니다. 3년을 기록했고 '밀린 일기 쓰기'라는 취미를 만들어줬어요. 글 쓰고 수업할 때 저도 모르게 일기장을 곁에 두고 있더라고요. 손때 묻은 물성은 그저 뭐라도 쓰고 싶게 해요. Leuchtturm은 독일어로 '등대'라던데, 정말 제 마음의 등대 같아서 자꾸 매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