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으로 세계가 낯설어지는 경험 해본 적 있나요? 성다영의 『스킨스카이』는 '낯섦'으로 가득한 시집입니다.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이분법들. 그러나 성다영의 시 안에서 이것들은 더 이상 자명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남성과 여성을 연기하는 화자 앞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게 되고, '젖소'라는 말 앞에서 다른 종의 젖을 소비하는 인간을 떠올리게 돼요. 이제껏 믿어온 것에 균열을 내는 세계, 성다영의 방으로 초대합니다.
'이상하지 않니?' 거듭 질문하기
첫 시집의 제목 '스킨스카이'를 지으며, 시인은 '세계의 살갗'을 떠올렸다고 해요. 시인의 눈에 비친 현실은 찢어질 것 같은 희미한 피부처럼 얇고 보잘 것 없는 것이죠. 그러나 세상이 이렇다는 걸 드러내고, 결국 이 삶 속에 남기 위해 시인은 시를 씁니다. 시를 읽다 보면 문득 현실의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강남역 사건이나 문단 내 성폭력 이슈 등 망각을 강요당한 사건들 앞에서 화자는 '이거 이상하지 않니?' 하고 묻습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의 위계를 해체하고, 동식물을 다시 생각하기. 성다영의 세계를 이루는 핵심적인 가치관 중 하나예요. 그의 시에서 동식물은 인간의 감정을 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시 「실공」에서 화자는 개 '오디'에게 "오디야, 이해하고 싶어?"라고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오디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죠.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시인은 반려견 '오디'가 내는 소리와 함께하는 낭독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식물 상점 '큐이디(Q.E.D)'를 운영하며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있어요.
불가능으로 나아가는 시
우리가 믿어온 시의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성다영의 시를 권해요.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거나, 뒤에서 앞으로 읽기를 유도하는 시. 검열로 군데군데 지워진 시. 형식만으로도 새롭지만 시인은 단순히 언어 실험으로 끝나는 시는 공허하다고 말해요. 그건 독자의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고요. 시인은 시 창작 수업을 할 때 "이 수업이 끝나면 여러분은 배운 것을 모두 잊어야 한다"고 말해요. 시를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해나가야 한다고요. 불가능을 향한 시. 아마 성다영의 시가 계속해서 나아갈 방향일 거예요. (채널예스 인터뷰)
시집을 읽는 동안 진정한 시간이 흐른다
큰 글씨, 작은 글씨 두 가지 버전으로 이루어진 시집이에요. 독자는 한 번은 큰 글씨로 시를 경험하고, 다른 한번은 작은 글씨로 시를 읽게 되죠. 시인은 모든 독자가 젊고 시력이 좋은 것이 아닌데, 왜 시집의 형식은 늘 동일한지 의문이 들었대요. 특히 아버지가 '글씨가 좀 컸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듣고, 이 구성을 택했다고 해요. 작가의 말에서 시인은 '이것을 읽는 동안 시간이 흐른다'는 문장을 적어 두었어요. 시를 읽을 때만큼은 독자의 시간이 진정하게 흘렀으면 하는 마음. 유해한 세상에서 시집을 읽을 때만큼은 자유로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최근에 넷플릭스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를 재미있게 봤어요. 한번 빠지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편인데, 하루 만에 시즌 1을 다 봤어요. 저는 로맨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이 드라마는 로맨스 요소가 조금 있지만, 정치와 혁명 이야기가 주되게 나오는 점이 좋아요. 자유분방한 주인공 엘리자베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시즌 2가 어서 나오길 바라요."
"한 달 전, 칼(CARL) 탁상용 연필깎이를 샀습니다. 평소 연필을 좋아해서 자주 쓰는데, 부피가 큰 물건이 싫어서 그동안 아주 작은 휴대용 연필깎이만 사용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평생 쓸 연필깎이를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고른 뒤에 책상에 두고 쓰고 있어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연필깎이를 사용하고 싶어서 노트에 뭘 자꾸 적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