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기록하는 나의 생애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은 올리버 색스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해요. 그는 경북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합니다. 하루의 절반은 연구실에, 다른 절반은 식물을 찾아 전국 곳곳을 누비는 고된 일이지만, 그는 언제나 식물과 연애하는 것 같다고 해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식물을 탐구하는 일이 지구라는 별에서 다른 종과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초록의 기록들이 가득한 허태임 작가의 방으로 지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식물분류학자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허태임 작가는 식물학자 중에서도 비교적 소수인 식물분류학자입니다. 식물을 탐사하고, 연구실에서 미세구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과거의 기록을 추적하죠.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식물을 관찰하며 자랐어요. 그렇게 식물을 사랑하던 아이는 자라서 자연과 연구실을 종횡무진하는 '초록 노동자'가 됩니다. 사라지는 식물을 지키는 것도 식물분류학자의 일이에요. 현재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미래의 생태계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만나러 어디든지 간다
식물을 만날 수 있다면 DMZ부터 다도해 최남단 섬까지 전국을 누비는 허태임 작가. 사람들과 함께하다가도 '얼른 식물 만나러 가야지' 생각할 정도래요. 섬진달래를 만나러 오른 탐사선에서 뜻밖의 사연을 만나기도 하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얼레지'의 어원을 깨닫기도 합니다. 먼 길을 떠났지만 식물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드디어 식물을 만난 순간, 벅찬 감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포유류인 인간마저 관능적인 향에 매혹되는 하늘타리, 낙지다리를 닮은 풀. 다채로운 식물들이 작가의 묘사를 통해, 우리의 오감을 깨웁니다.
다른 종을 존중하는 마음
작가는 늘 소수의 위치에 서다 보니, 식물학자로서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자연스럽게 그의 식물 사랑은 다른 종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자연에서 식물을 만나면 인사부터 한대요. "벌깨풀 너는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이지. 여기 살고 있었구나." 그는 식물에 대한 유행이 도구화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인간의 개발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의 생존권을 조명하기도 합니다. 다른 종을 존중하는 마음. 지구라는 곳에 사는 한 종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요?(책읽아웃)
식물에게 보내는 초록빛 연애편지
"나는 식물과 연애하는 사람" 알면 알수록 더해지는 식물 사랑을 허태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 책은 그가 한 땀 한 땀 모아온 '풀의 기록(草錄), 나무의 기록(木錄)'이에요. 최근 이렇게 다채로운 식물의 이름과 향기, 생김새를 만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책입니다. 현재의 식물뿐만 아니라, 식물이 담은 과거와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들도 촘촘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도시에서 자연맹(盲)으로 살았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식물이라는 종과 어떻게 만나고 공존할지 고민할 수 있었어요. 책을 읽고 작가 허태임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면, 채널예스 칼럼 <허태임의 식물탐색>을 찾아오세요.
"스무 살 되던 해 겨울에 처음 읽었고, 아주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내 마음을 휘감기도 하고 위로해 주기도 하는 작품.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더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삶에서 정복하고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식물 관찰용 확대경.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이 휴대용 루페를 챙겨 다니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오 년이 넘었다. 식물분류학 연구실 생활의 시작이 루페와 함께였다. 식물을 관찰하는 것 외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어 루페를 만지작거릴 때의 익숙함은 나를 어떤 불안들로부터 멀어지게 해준다. 그래서 나의 일과는 루페를 챙기는 것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