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멜멜." 언젠가부터 주목받는 인터뷰, 출판 작업 곁에는 이런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인상적인 그의 사진입니다. 정멜멜이 카메라로 담은 김연경, 장혜영, 한강의 모습은 '인생사진'이라 할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인물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데셍하는 사진가, 정멜멜의 방에서 그 자연스러움의 비결을 함께 찾아봐요.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 장점
정멜멜 작가는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에서 "내가 사진을 찍는 데 가장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강점이 될 만한 부분을 잘, 그리고 재빨리 찾아낸다는 점일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는 비결이기도 해요. 최소한의 장비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피사체의 장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과한 설정을 요구하지 않은 채 장점이 두드러지는 순간에 은근하게 다가가는 거죠.
사각형 안에서 자리를 잡아주는 일
보통 사진을 이야기할 때 '포착'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정멜멜 작가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대요. 날카롭고 억지로 잡아두는 느낌이라서요. 그보다는 프레임, 즉 사각형 안에서 사물들의 자리를 알맞게 잡아주는 것을 사진 촬영으로 생각한다고 해요. 이미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는 것들과 그것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빈 사각형 안에 배치하는 것이 정멜멜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해진 경로 말고 우연의 길로
정멜멜 작가는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해요. 디자인을 전공했고, 사진은 취미였을 뿐이며 어시스턴트 경험도 없는데 사진가가 되었죠. 친구와 하던 일을 관두고 생선구이집을 차리려다가 뜻하지 않게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고요. 사진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사진 전문 스튜디오로 전환했어요. 마치 그의 사진이 그런 것처럼, 우연한 변화들 속에서 유연하게 흐름을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글까지 이렇게 잘 써도 되는 거예요?
정멜멜 작가의 첫 단독 에세이예요. 에디터 아키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융에게 말했어요. "왜 이렇게 좋지, 이 책?" 정멜멜 작가가 대학시절 유일하게 칭찬받았던 수업은 교양 수필 수업이었대요. 그만큼 남다른 글쓰기 실력으로 자신의 삶과 기억, 예술관을 부드럽게 펼쳐내는 책이에요. 그에게도 글쓰기 작업이 특별했는지, "사진을 찍는 일보다 나의 윤곽선이 뚜렷해지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적고 있어요.
올해 가장 화제가 된 레시피 책을 꼽는다면 바로 이 책일 거예요. SNS에서 이 책에 나온 당근 라페와 당근 뢰스티를 만드는 게 한동안 유행이었죠. 채소 요리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채워줘요. 그런데 책을 펼친다면 알게 될 거예요. 사진집이라 불러도 될 만큼,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는 것을요. 채소 음식들의 인생사진이라 불러도 좋을 거예요. 역시 정멜멜 작가의 사진 작품이죠.
"대학생 때부터 류성희 미술감독님의 열렬한 팬인데요. 최근 감독님이 참여하신 작품들이 하나씩 개봉하고 있어 무척 기쁩니다. 최근에는 <헤어질 결심>에 푹 빠져 있어요. <외계+인> 도 곧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뻐요. 작년에는 인터뷰 촬영으로 만나 뵐 기회가 생겨서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여전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창작자가 있어 벅찬 마음입니다."
"『채소 마스터 클래스』 책 촬영을 하며 요리와 요리 도구에 관심이 많이 생겨 집에서 무언가를 해 먹는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그 중에서도 스타우브의 주물냄비에 푹 빠져있는데요. 찜 요리부터 솥밥, 튀김, 간단한 디저트까지 가능하고 단순히 조리용으로 쓰이는 걸 넘어서 그 자체로 예쁘기도 해요. 이 주물냄비로 가지와 닭고기를 넣은 솥밥과 발사믹 식초를 넣은 대파 머스터드 피클 등을 자주 해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