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새로 창조된 세계를 원하는 사람. SF비평가 조애나 러스는 그런 사람들이 SF를 읽는다고 말합니다. 이 대목에 밑줄을 그으며, 에디터 융은 김초엽의 소설을 떠올렸어요. 소설 속 미래에도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초엽 월드'의 인물들은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꿈꿉니다.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을 넘어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그리는 작가, 김초엽의 방으로 초대합니다.
질문을 던지며 나아가는 인물들
작가님의 소설 속 인물들은 주어진 세계를 거부하고 늘 질문을 던집니다. 신체적인 결함을 지워버리는 유토피아에 의문을 품고, 모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되살립니다. 불가능을 알면서도 다음을 향하는 인물들. 그들의 아름다운 궤적을 따르며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돼요.
지구가 정말 인간만의 것일까
인간만이 주인공이어야 할까?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했어요. 우리는 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지만, 식물이나 곰팡이 같은 '비인간 존재'를 떠올리게 된 거죠. 『지구 끝의 온실』을 쓸 때, 작가님은 "식물만이 내 소설을 구원해줄 생물"이라고 생각했대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우리의 믿음을 강화하기보다 깨부수고 나아가는 SF의 매력을 한껏 보여줍니다.
김초엽의 속도로 쓰고 싶다면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넘쳐요?" 데뷔 이래 꾸준히 작품을 내놓은 작가님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일 거예요. 아마 김초엽의 속도로 쓸 수 있다면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작가님에게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절이 길었다고 해요. 최근 채널예스 연재 중인 에세이 '김초엽의 창작과 독서'에서 작가님은 밝힙니다. "밖에서 재료를 캐내고 수집하고 쓸어 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고요. 작가님에게 소설쓰기는 늘 배우고 탐험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새로운 질문과 만나게 하는 책
김초엽, 김원영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된 책입니다. 에디터 융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받아드는 기분이었어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몸과 기술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두 작가님은 보청기를 끼고 휠체어를 타는 자신의 장애 경험으로부터 출발해요. 이를 통해,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신체와 감각이 환대받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지구가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구원이 될까요?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주인공은 바로 '식물'입니다. 인류 대멸종 이후, 재건된 세계에서 알 수 없는 푸른빛을 띤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갑자기 증식해요.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식물생태학자 아영은 묻혀 있는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폐허 속에서도 그것을 다시 살려내려는 인물들. 전세계가 전염병 시대를 통과하는 지금, 더 와닿는 이야기예요.
"게임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 빠져있습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의 후속작이기도 한데요. 세계와 설정이 매력적이고, 그래픽이 아름답고, 사냥과 제작 같은 게임 요소도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에일로이가 너무 좋고요… 마감을 해야 해서 매일 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게 정말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엔딩을 최대한 늦게 보고 싶기도 하네요."
"물건이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 작업실에 커다란 아가베 아테누아타를 들였어요. 큰 나무를 사고 싶어서 화훼단지에 갔다가 아버지가 직접 골라주신 화분인데요. 크고 멋진 잎과 줄기를 보고만 있어도 뿌듯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