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님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은희경은 어떤 작가야? 다들 비슷하게 답하더라고요. 첨예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 언제나 도전적이고 현대적인 작가. 뉴욕을 배경으로 인종과 언어, 오해와 편견을 다루는 최근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답할 거라고, 아키는 생각합니다. 오늘의 문제의식을 품고 새로운 이야기에 마음을 여는 작가, 은희경의 방으로 함께 가 보아요.
은희경은 언제나 업데이트 중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공부를 통해 더욱 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19일 개막한 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은희경 작가님은 주빈국 한국을 대표하여 위와 같은 축사를 했어요.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말을 몸소 증명해 왔다고 생각해요. 1995년 『새의 선물』에서 열두 살 어린이의 조숙하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던진 질문은 2022년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 팬데믹 시기 이방인이 마주하는 편견에 대한 질문까지 부단히 갱신되어 왔죠.
사소한 일상에서 포착하는 날카로운 통찰
은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면 인간의 어둡고 어지러운 내면에 대한 서술이 서늘할 정도로 예리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복잡하게 나쁜' 우리의 평소 생각을 작가가 꿰뚫어본다고 느낄 정도로요. 은희경 작가님은 이러한 통찰을 일상에서의 "사소한 변화, 사소한 뒤틀림, 사소한 구멍" 속에서 포착한다고 합니다. (채널예스 인터뷰)
불안과 긴장이 만드는 높은 경지
수많은 작품을 써온 은희경 작가님이지만 책을 낼 때마다 긴장이 더욱 심해진다고 합니다. 과거와 현재 작업 사이의 변화를 생각하고,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지금 잘 가고 있는지를 늘 걱정한다고 해요. 심지어 소설에서 드러낸 자신의 생각이 너무 솔직하진 않은지, 엄살은 아닌지 염려한다고 책읽아웃 인터뷰에서 밝혔어요. (책읽아웃 인터뷰)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작품을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대하기에 생겨난 불안과 긴장이 어쩌면 은희경 소설의 높은 경지를 만든 것은 아닐까요?
먼 과거를 가장 가까운 이야기로
1977년을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보낸 두 중년 여성의 회고담. 이런 정보로만 이 소설을 접한다면 나와 멀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할지 몰라요. 하지만 은희경 작가님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보편적인 마음 곁으로 이야기를 불러와요. 무리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들, 같은 경험 속에서도 다르게 적히는 자기만의 서사에 대한 이야기예요. 적지 않은 분량의 장편임에도 흠뻑 빠져들어 단숨에 읽을 수 있어요.
동시대를 써내는 은희경 작가의 감각에 놀랄 수밖에 없는 책이에요. 뉴욕을 배경으로 한 네 편의 연작 소설인데요. 표제작인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소통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공존한다는 점이 특별했어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함께하게 된 세네갈 학생 '마마두'와 한국인 중년 여성이 "그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는 그대로"인 장미처럼, 언어를 넘는 소통을 시도하다가 또 결국은 어긋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인종, 국적, 언어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줘요.
"한 콘텐츠에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하는 편이다. 게임도 단순한 것만 하는데, 문제는 쉽게 끝낼 줄을 모른다는 점이다. 새벽까지 스도쿠를 붙들고 있고 word trip은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요즘은 다섯 글자로 된 영어 단어를 맞추는 퍼즐 Wordle이 하루의 중요한 루틴이다. 매일 한 개씩만 풀 수 있다 해서 시작했는데, 여섯 글자짜리 Wordle2가 나오더니 네 문제를 동시에 푸는 쿼들, 그리고 여덟 문제를 함께 푸는 옥토들까지 등장했다. 물론 그것들 모두를 매일 할 뿐 아니라 연습문제까지 풀고 있다. 극히 순간적이긴 하지만, 그런 순수한 성취감을 달리 찾을 데가 없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물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타루 여행에서 사온 나무 쟁반. 세 개가 세트였는데 가장 작은 걸 샀었다. 그 위에 찻잔을 올려놓고 한참 동안 바라보던 겨울이 있었다. 단풍잎의 붉은 빛과 섬세한 날이 이마를 벼려주는 느낌이었다. 더 큰 쟁반이 있다면 꽃병도 올려놓을 텐데, 다시 갈 일은 없겠지. 그런데 어쩌다 다시 오타루에 가게 되어 그 쟁반 가게를 찾았다. 하지만 내 기억보다 값이 비싸서 포기해 버렸고, 돌아온 뒤에 수없이 후회했다. 세 번째로 그곳을 찾았을 때 그 가게는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점이 되어 있었다. 그 후로 인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은 햇빛이 좋은 날에 더욱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남미혜 작가의 월광문반을 함께 놓아두고, 살아간다면 반드시 생겨나는 새로운 인연을 향해서 마음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