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 작가는 공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비평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의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읽으며, 에디터 융은 공연과 삶이 무척 닮았다는 걸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공연처럼 삶의 순간도 빠르게 지나가죠. 그럼에도 삶을 잘 보고 잘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극장에 갑니다. 공연을 통해 삶의 좋은 관객이 되도록 이끄는 사람, 목정원의 방으로 초대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뒤늦게 쓰인 비평
공연예술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비평은 늘 늦게 도착합니다. 공연의 막이 내린 후에야 기억을 더듬어 쓸 수밖에 없죠. 목정원 작가도 프랑스에서 많은 공연을 봤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에야 그 아름다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물론 공연을 본 직후의 생생함은 사라졌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보지 못한 우리도 그 인상적인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됐어요.(채널예스 인터뷰)
함께 춤을 추는 일, 그것이 사랑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 적이 있나요? 목정원 작가는 몸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춤을 배우러 다녔어요. 자신의 몸을 움직여본 후에야, 무대 위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감각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하죠. 타인의 몸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풀고 한 걸음 다가가는 일. 그 자체가 ‘사랑’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목정원 작가의 글에 묘사된 춤을 따라가며 함께 춤을 추는 듯했어요.
내 기타의 이름은 기타로 할래요
목정원 작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가수이기도 합니다. 미학자이자 뮤지션인 최정우 님과 결성한 포크 듀오 '기타와 바보.' 두 사람의 기타 이름이 각각 '기타', '바보'이기 때문에 탄생한 재밌는 활동명인데요. 목정원 작가가 가사를 쓰면 최정우 님이 곡을 붙여서 노래를 만들어, 가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불렀다고 해요. 올해 앨범이 나온다고 하니, 곧 두 사람의 노래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깊은 슬픔을 아는 당신에게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난다면, 뒤표지에 꼭 주목해주세요. 새하얀 표지 뒤 기다렸다는 듯, 흑백의 사진이 다가옵니다. 목정원 작가가 직접 필름 카메라로 포착한 장면이라고 해요.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모래 언덕처럼, 이 책은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슬프고 불편한 공연도 담고 있어요. 그렇지만, 왜 이렇게 아름답고 좋을까 하며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산문집입니다. 섬세한 사진들을 즐기면서 한번, 글자 사이에 깔린 슬픔을 느끼면서 한번,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공연을 사랑하기 전, 목정원 작가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조용하고 섬세한 춤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의 문장에 푹 빠졌다면, 목정원 작가의 시를 만나 보세요. 『사랑에 대답하는 시』는 '사랑'이라는 테마로 엮은 앤솔로지입니다. 15명의 시인이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나 골라, 그에 대한 응답으로 시와 산문을 썼어요. 사라진 것의 아름다움을 좇는 목정원 작가의 고유한 질문이 시와 산문에도 녹아 있습니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스테이션 일레븐>을 푹 빠져 보았습니다. 팬데믹이 휩쓸고 가 폐허가 된 세계에는 식물만이 무성한데요.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시점이 마구 교차되는, 구석구석 스미는 서사와 연출이 좋았습니다. 끝내 회한과 사랑이 동의어가 되는 세계가 좋았어요."
"사진가이자 목수인 친애하는 옛 학생에게 그림책 전용 책장을 의뢰했습니다. 처음으로 갖게 된 저만의 맞춤 가구라 볼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 올라요. 섬세하게 나사를 숨긴 방식, 차분하면서도 거친 멋, 깔끔한 여백이 좋습니다. 소중한 그림책들을 한 데 모아두고 바라볼 수 있는 것도요. 앞으로 이 책장에 더해질 시간을 저 단정한 색처럼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